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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2018) : 베스트셀러 소설 원작, 어둠의 영화

by ALISON(앨리슨) 2021. 12. 8.

출처 구글 7년의 밤

 

순간의 선택, 인생을 바꾸다

주인공 현수는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야구 유망주로 지내다가 어느 날 찾아온 경련으로 인해 야구 인생을 포기하게 됩니다. 동생 대신 나간 소개팅에서 현수를 처음 만나고 얼결에 아이를 가지게 된 현수의 아내는 야구를 그만두고 술만 마시고 별 볼일 없이 살아가는 남편이 불만스러워, 일을 하라며 댐 관리인 일자리를 소개해줍니다. 그렇게 술에 취해 음주운전을 하던 현수는 근무지인 세령호(댐)로 향하던 중 여자 아이를 차로 치게 되고, 아이가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하지만 음주운전인 사실이 드러날까 흐려진 판단력에 순간 아이를 목졸라 죽이고 맙니다. 그리고는 세령호에 시신을 던져 유기합니다. 사실 그 아이는 영제의 딸, 세령이었고, 세령은 아빠와 이혼 소송 중이던 엄마와 몰래 통화한 사실을 들켜 아빠에게 가정폭력을 당하다 못해 집에서 탈출한 상황이었습니다. 세령호 주변의 어두운 숲을 아빠를 피해 달리던 세령은 급히 동네 주민인 승환을 찾아가지만, 승환은 전에 성추행범으로 몰렸던 기억을 떠올리며 세령을 모른척합니다. 급박하게 다가오는 아빠의 손아귀에서 탈출하려던 세령은 그만 차도로 뛰어들게 된 것입니다. 현수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가정폭력을 이기지 못하고 아버지를 우물에 빠뜨리지만 우물 안 아버지와 눈이 마주쳤던 기억으로 인해 트라우마에 여전히 시달리는 인물입니다. 그러나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이 더해져, 아내와 아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자신을 발견하고 혼란스러워합니다. 

 

7년의 밤 동안 지속된 악몽

한 편, 영제는 세령호에 떠오른 세령의 시신을 건지고, 타살의 흔적이 있어 본인이 자초한 일이라는 죄책감은 하나도 없이, 범인을 찾는 것에 혈안이 됩니다. 현수는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자수를 결심하게 되지만 비슷한 시기에 톨게이트 통과 사진과 현수의 차 수리 흔적 그리고 무엇보다 현수의 불안한 행동을 바탕으로 영제도 현수가 범인임을 알아차립니다. 현수에게도 똑같이 자식을 잃는 고통을 느끼게 해주기 위해 영제는 현수의 아들인 서원을 댐에 묶어두고, 현수는 약을 먹여 재워 묶은 뒤 서원이 물에 잠기는 것을 볼 수 있는 CCTV 앞에 놔둡니다. 약에서 깨어난 현수는 필사적으로 서원을 구하기 위해 댐의 모든 물을 방류해버립니다. 그렇게 흘러간 물로 인해, 인근 마을의 절반 인구가 수몰되어 버립니다. 이 일을 계기로 현수는 감옥에 가게 됩니다. 댐 사건으로 어머니도 잃고, 아버지도 살인자라는 이유로 감옥에 있는 서원은 7년 동안 살인자의 아들로 세령호 주민 승환에 의지해 어렵게 생활을 이어나갑니다. 아버지의 면회를 거부하던 서원은 몇 년 만에 아버지를 만나러 가고, 본인을 왜 살렸냐고 소리칩니다. 이에 현수는 "아버지니까"라는 말만 남기고 서원이 돌아간 뒤 자살합니다. 서원을 미끼로 현수에게 복수하려 했던 영제는 서원을 납치하지만, 함께 달리는 차 안에서 현수의 자살 소식을 듣고 삶의 목표였던 복수가 사라져 공허함과 함께 총으로 자신의 머리를 쏩니다. 이에 차는 물에 빠지지만, 서원은 가까스로 살아납니다.

 

원작 소설에 대한 기대와 아쉬움

이 영화는 제가 리뷰하고 싶었던 영화들 중 가장 마지막으로 선택한 영화입니다. 고르기 어려웠던 이유는 무지막지한 혹평을 받는 작품이었다는 점이었는데, 그럼에도 이 작품을 리뷰하고자 고를 수 있었던 건 정유정 작가님의 원작을 너무나 좋아한다는 점입니다. 소설 7년의 밤을 읽을 때가 제가 고3 수능 10일 전 쯤이었는데, 공부도 안 들어왔지만, 그걸 읽을 땐 수능 생각을 싹 다 잊을 만큼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머릿속에 세령호를 그려가면서, 이쯤엔 현수가, 이쯤엔 영제가, 그리고 이 쪽엔 승환이 살고 있겠다며 디테일하게 그릴 수 있었고, 주인공의 과거와 현재, 여러 명의 이야기를 동시에 풀어내고 있었지만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는 깔끔함이었습니다. 오죽하면 제가 이 책을 다 읽은 후 처음 뱉은 말은 "작가가 사람일까?"였습니다. 그 뒤로 정유정 작가님의 28, 종의 기원도 읽으며 작가님의 문체에 빠져들었습니다.

이렇게 좋아했던 작품이 영화화가 된다니 엄청 기대가 컸는데요. 지금까지 베스트 셀러일만큼 유명한 작품이니 저뿐만 아니라 많은 팬들이 기대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첫째, 배우들의 연기는 너무 좋았지만, 류승룡 배우님은 제가 생각한 현수와는 많이 다른 미스캐스팅이었습니다.

둘째, 원작의 매력이 우울함이긴 하지만, 본디 작품은 갈등 곡선이라는 것을 그리기 마련인데, 영화화하는 과정에서 바뀐 줄거리에 위기-위기-위기-절정-위기 스타일의 배치로 전체적으로 무거운 스토리 라인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셋째, 절대 악으로 묘사되던 오영제 캐릭터에 서사를 부여했는데, 이는 범죄를 정당화한다는 느낌을 줘 관객들에게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다양한 이유로 원작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아쉬운 영화라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소설 원작은 내가 너무 행복해서 조금 우울해져도 되겠다고 느끼신다면 꼭 읽어보시라고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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