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를 살지 못했던 나에게 건네는 말, 카르페디엠
명문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주인공 닐과 토드를 비롯한 학생들은 국어 시간 첫 수업으로 존 키팅 선생님을 만나게 됩니다. 키팅 선생님은 책을 보고 외워야 하는 피상적인 지식만 가르쳐주는 일반 선생님들과 달랐습니다. 책을 찢어버리거나 책상 위에 올라서기도 하고, 지난 졸업생들을 보며 모두 언젠가 사라진다며 지금을 즐겨라는 의미의 '카르페디엠'을 외치기도 합니다. 선생님의 수업에 깊게 영감을 받은 학생들은 졸업사진을 보며 키팅 선생님이 본인들 학교의 졸업생이었으며, 재학 시절에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클럽을 운영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에 본인들도 학교의 후미진 장소에서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클럽을 만들어 활동하기로 합니다.
저는 이 영화를 책으로 먼저 읽고, 감명을 받아 영화도 본 케이스인데,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자유가 하나도 없는 고등학교 기숙사 소등 시간이었습니다. 명문대에 가야 한다는 목표 아래 계획이라고는 내일 공부할 과목밖에 없던 저는 카르페디엠이라는 단어가 별로 달갑지 않았습니다. 미래를 위해 지금은 희생할 시간이라는 생각만 가득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봐도 어떤 것이 옳다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그때 저 말을 믿고 그렇게 촉박하게 살지 않았어도 될 것 같다며 과거의 저를 돌이켜 보곤 합니다.
깨달음을 준 선생님, 오 캡틴 마이 캡틴
키팅 선생님이 말씀하신 자유를 단지 책임감 없는 단어 그 자체의 자유로 해석한 학생들은 각종 기이한 행동을 펼치고, 키팅 선생님은 이를 보고 학생들에게 책임지는 자유에 대한 의미를 지적합니다. 그 후, 모범생 닐은 연기를 하며 의사가 되길 강요하는 집안 분위기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연기자가 되겠다는 꿈을 꾸고, 부모님 앞에서 연극을 선보입니다. 그러나 그날 밤, 아버지와 연기와 공부 사이 심각한 마찰을 빚고 그만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맙니다. 이 사건으로, 학교는 책임질 누군가를 찾게 되고, 키팅 선생님이 지목됩니다. 키팅 선생님의 해임건에 관한 학생들의 동의를 얻는 일이 생기고, 형보다 못한 둘째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고 자존감이 낮던 토드는 선택의 자유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며 처음으로 부모님의 의견에서 벗어나 키팅 선생님의 해임을 반대합니다. 책상 위에 올라가 키팅 선생님이 처음 알려준 대로 오 캡틴 마이 캡틴을 외치는 학생들의 모습이 다시금 소름이 돋게 하는 것 같습니다.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책임지기 무서워하여 자유롭지 못한 저를 이 글을 쓰며 다시 한 번 반성하게 됩니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외치는 카르페디엠
아이러니하게도, 제가 이 영화를 알게된 이유는 바로 키팅 선생님과 정반대인 교육과정만을 중시하던 수학선생님께서 '카르페디엠'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셨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그때 고등학교를 준비 중이었고, 오늘을 즐겨라고 말한다는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책에 대한 의문이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자유가 없는 고등학교에서 닐과 같이 목표만을 위해 공부하다 책을 읽게 되었고, 감명을 받아 영화도 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만일 교육계에 종사하기를 희망했다면 이렇게 아이들에게 자유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멋진 선생님이 되겠다는 포부를 가지기도 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제는 고인이 되어 볼 수 없는 주인공 로빈 윌리엄스, 키팅 선생님과 학생들 모두의 연기가 책과 영화가 하나인듯 자연스러웠고, 멋졌습니다. 특히,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인 닐이 연기를 할 때 묘사되는 상기됨과 행복감을 소설처럼 영화가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닐 역할의 로버트 레오나드가 모든 것을 완벽하게 잘 소화해낸 것 같습니다.
몇 년 전에도 스카이캐슬이라는 교육 현실을 담은 드라마가 높은 인기를 얻었던 만큼, 영화가 제작되고 많은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영화가 담고 있는 현실은 변하지 않았고, 키팅 선생님이 전하고자 했던 가치는 온전하다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지금에서도 여전히 높은 점수가 매겨진 이 영화의 평점이, 재개봉을 할 만큼 팬들의 대단한 사랑이 단편적으로 이 영화의 위대함을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영화를 보고 한국 교육 시스템 전체를 바꿀 수는 없겠지만, 카르페디엠 그 순간을 사랑하고 즐기는 학생들이 생겨났으면 합니다.
영화는 고전으로 매우 오래됐지만, 저의 첫 페이지를 장식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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